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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홋카이도

에필로그

by 아님말지머 2016. 9. 21.

블로그에 이렇게 여행기를 길게 올린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여행수첩에 영수증을 붙이며 매일의 느낌과 감상을 따로 적었고 블로그에는 사진 위주로 간략하게 적었었다. 이번에도 글을 길게 쓴 건 아니지만... 영수증을 한켠에 모아놓긴 했는데 도저히 수기로 적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또 손으로 쓴 여행기를 다시 읽은 적도 없는게 사실이다(블로그 글도 왠만해선 다시 읽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유난히 다녀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전에는 여행중에 회사나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행내내 육아가 지속되다보니 평상시와 별 다름없는 생활이 된 것이다. 이렇게 여행기를 쓰다보니 비로소 다녀왔다는 실감이 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말도 못하는 애기들을 데리고 굳이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올해들어 육아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뭔가 분위기 전환이라도 하지않으면 정신적 위기를 맞이할 것 같았다. 쉽게 말해서 콧구녕에 바람을 쐬고싶었던 것이다. 사실 애를 맡기고 가야 실컷 즐겼겠지만 5일 동안 내 맘이 편할 것 같지않아서 데리고 갔고 예상보다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않는다. 이제는 아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다. 뭐가 더 효율적이고 더 즐겁고는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이래놓고선 불현듯 아이를 맡기고 친구랑 어디로 놀러 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

 


홋카이도 얘기를 하자면, 지금까지 갔던 다른 일본 지역에 비해 좀 심심한 지역이었다. 홋카이도 전 지역을 다 다녀본 것은 아니라 함부로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내가 가본 곳들은 교토나 유후인처럼 아기자기하거나 옛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개성이 뚜렷한 곳도 아니다. 특히 후라노로 향하는 고속도로주변 풍경은 여기가 충북 제천인지 홋카이도인지 구분도 안될 정도 였다. 이건 내가 주로 아시아만 여행을 다니다보니 왠만해선 별 감흥이 나질 않아서 더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지역은 내가 또 언제 여길 와보겠어 하는 심정으로 돌아다녔는데 이 동네(?)는 언젠가 다시 꼭 올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언젠가'를 기약하며 이번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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