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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배변훈련시작한지 일주일+왜 개월수에 8자만 들어가면 진상지수가 높아질까

by 아님말지머 2018. 4. 14.

[배변훈련]

작년 여름에 배변훈련에 살짝 발을 담궜다가 바닥에 하염없이 흐르는 소변을 보고 기겁하고 이틀만에 접었더랬다. 말문이 터지면 더 쉽게 떼지않을까 싶었던 것도 그만둔 이유 중 하나였으나 그때 끝까지 밀고 나갔어야 했는지 어느덧 38개월을 지나 곧 39개월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기저귀를 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이집 생활을 좀 적응했다싶은 지난주부터 배변훈련에 돌입했다. 그전에도 자주 변기에 앉히긴 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어서 그냥 팬티만 입혀놓고 생활하게 했는데 역시나 주구장창 팬티를 적셔주셨다. 물을 잔뜩마신 후라든지 아침에 일어난 후라든지 소변을 필연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타이밍에 변기에 앉혀도 도무지 쌀 생각을 안했다. 한 3일 전부터는 엄마변기에 앉겠다며 화장실에 있는 어른변기에도 앉아보았지만 휴지를 떨어뜨리고 물을 내리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을뿐 정작 봐야할 용무를 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바닥을 계속 치우는 일에 열이 뻗쳐서 몇마디 했더니 이번에는 용무가 급할때마다 기저귀를 차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채워주면 거기에 싸고 거절하면 바닥에 싸는 패턴이 이어졌다. 어린이집에서는 기저귀를 해서 아이가 헷갈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훈련도 제대로 안시킨 상태로 보내면 선생님만 힘들 것 같아 섯불리 팬티만 입혀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변 엄마들한테 물어보니 기저귀를 뗀 비법은 크게 두가지였다. 어릴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알아서 떼줬고 좀 늦은 개월수에 뗀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가 스스로 기저귀를 입기를 거부해서 수월하게 배변훈련을 마쳤다는 것이었다. 즉, 우리 아이 사례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지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기관에서 주도적으로 배변훈련을 시키지는 않고 가정에서 시작하면 연계해서 하는 수준으로 하는 게 큰 방침이라 일방적으로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아이 7명을 동시에 보는 것도 (좀 과장해서 말하면 코 한번 닦아주고 엉덩이 한번 닦아주면 하루가 다 갈것 같다) 힘든데 거기다 '배변훈련까지 시켜주세요' 하는 건 좀 염치가 없는 것 같다. 거기다 우리 딸내미는 기저귀를 너무 좋아한다...여러모로 기저귀를 떼기 힘든 배경인 것 같다.

대소변을 변기에 싸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변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기저귀를 또 너무 사랑하는 이 아이의 배변훈련은 과연 어떻게 진행해야할까? 손가락빠는 걸 스스로 중단했듯이 기저귀 떼는 것도 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염없이 기다려줘야할까? 배변훈련을 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되진 않았지만 그 어떤 진전도 없어서 지쳐 갈 무렵, 오늘 드디어 5번의 실수끝에 여섯번째 소변을 변기에 본 것이다!!! 5번째 거실에 소변을 보고 나서 장판까지 젖은 걸 약간 짜증을 내며 닦았더니 그때부터 좀 눈치를 보는 것 같았고, 배고프다고 난리를 치더니 막상 밥을 거의 먹지 않아서 거기에 내가 또 화가 나있자 전처럼 기저귀 채워달란 얘기를 마구 조르진 않는 것 같았다. 같이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딸내미가 '나 쉬 할래' 이러더니 거실에 있는 아기 변기로 달려가 팬티를 내린 후 소변을 보았다. 보고 있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쫄쫄 소변을 보는 소리를 듣고나서 내용물을 확인 한 후 아이한테 너무 멋지다며 폭풍 칭찬을 했다. 아이는 으쓱해 하며 다음에도 보란듯이 성공했다....라고 쓰고 싶었지만 그 후에 다시 바지를 입은 채로 거실에서 소변을 보았다....아까의 성공은 그냥 우연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 한번이 어렵나 하며 무척 초조해했는데-그러면 안되지만- 거의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그 어려운 한번을 성공한 것을 보니 너무 기뻤다. 밤중에 소변을 보지 않은지 꽤 되었기 때문에 낮기저귀만 잘 떼준다면 배변훈련은 쉽게 마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것인데 그걸 기다리기가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뭐 사실 38개월에 기저귀를 찬 아이가 소수이기 때문에 내가 초조한게 이상할 건 없지만 말이다. 배변훈련중에 아이가 실수하는 걸로 화내는 건 금물이라고 하던데 이미 금기를 깨뜨린 지금,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곧 성공기를 쓸 수 있기를.

 

[미친 네살]

포스팅 제목 그대로 왜 개월수에 8자만 들어가면 진상지수가 높아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그 유명한 18개월 무렵은 사실 28개월 전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28개월도 38개월 전후에 비하면 순둥이 시절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이건 과거사실을 미화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신생아시절을 이길 기간은 없다고 굳게 믿을 정도로 과거의 힘든 육아기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잡고 일어설 무렵의 눈물의 9개월 전후-엄마 껌딱지가 시작된 그 기간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었지. 아무튼 지금 이시기, 38개월이 힘든 건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한데(피곤해서 더 애를 먹이는 것 때문에) 다들 '미친 네살'이라고 하는 걸로 봐선 이전부터 어린이집생활을 하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애를 먹인다는 것이니 과연 이 숫자 '8'의 징크스는 놀랍지 아니한가(아무말). 전에 썼던 대로 밥도 잘 안먹고 양치도 울며불며 하고 목욕도 싫어하고 그냥 다 싫고 집에오면 무조건 티비 틀어달라고 하고, 밖에 나가면 놀이터에서 살 기세로 놀고, 집에 가자고 하면 엄마 먼저 가라고 한다. 이렇게 글로 풀어놓으니 귀여운 수준인데 막상 현실로 닥치면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난다. 어린이집에서 낮을 자고 오는 날이면 그나마 좀 수월한데 안자고 오는 날은 피곤함 때문인지 배로 힘들게 한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징징징징. 오늘같이 혼자 애를 보는 주말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징징거리는 징징이를 상대하느라 더 피곤하다. 거기다 오늘은 팬티를 6장 버렸으니 흙흙. 입에서 자꾸 육두문자가 나오는 걸 겨우 집어넣느라 힘들었다. 내가 화를 내도 눈하나 깜짝안하고 고집을 피우는 것도 기분이 안좋지만, 내 기세에 눌려 눈치를 보는 아이를 보는 것도 맘이 편치가 않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사람 하나 만드는 거 너무 힘들다. 세돌무렵에 말도 잘 듣고 차분했던 그 시기가 그립다. 언제다시 그런 시기가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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